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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첫번째 이야기
- 아들, 우리 인터넷 안전에 대해 얘기 좀 할까?
아들 옆에 앉으며 물었어요.
아들은 노트북으로 공공서버에서 마인크래프트를 하는 중이었는데
눈은 모니터에 고정되어 있었죠.
- 게임 좀 잠깐 멈춰봐.
결국 게임을 끄고 노트북을 덮은 뒤 저를 쳐다봤어요.
- 아빠 이번에도 싸구려 무서운 얘기에요?
- 뭐,.,?!
전 상처받은 척을 하고는 그를 향해 웃으며 말했어요.
- 난 네가 내 교훈이 담긴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마녀, 유령, 웨어울프, 트롤 같은걸 만난 아이들 얘기를 해주며 키웠거든요.
다른 부모님들도 그렇듯이, 저도 이런 이야기를 이용해 아이들에게 안전과 도덕성에 대한 교훈을 주고는 했죠.
우리집 같은 편부 가정에선 모든 육아 수단을 사용해야 하는 법이잖아요.
아들이 얼굴을 찌푸렸어요.
- 내가 6살땐 괜찮았어요. 전 컸으니까 그런건 안무섭다구요 이제 그런건 좀 유치하잖아요.
인터넷에 관한 이야기를 할거면 진짜 진짜!! 무섭게 해줘요.
제가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뜨자, 아이가 팔짱을 끼며 대꾸했어요.
- 아빠 난 10살이라고요. 아무렇지 않아요.
- 음...뭐 알았어. 노력은 해볼게.
- 옛날에, 콜비라는 아이가 있었어.
도입부가 별로 무섭지 않았나봐요.
깊게 한숨을 내쉬며 아빠의 뻔한 이야기를 듣는 아들을 보며,
전 이야기를 계속해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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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비는 어린이용 웹사이트에 가입했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게임상에서 다른 아이들과 얘기를 시작했지.
헬퍼23 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10살짜리 다른 아이와 친구가 됐어.
같은 비디오 게임과 티비 프로그램을 좋아했고,
농담 코드도 맞아서 새로운 게임도 같이 하고는 했어.
몇달간 그렇게 지내다가 콜비는 게임상에서 헬퍼23에게 다이아몬드 6개를 보내줬어.
이건 꽤나 큰 선물이었지.
곧 콜비의 생일이니까 헬퍼23은 콜비에게 진짜 선물을 보내주기로 했어, 온라인 아이템이 아니라 말야.
콜비는 헬퍼23에게 집주소를 알려주는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거라 생각했지.
헬퍼23이 다른 어른들이나 낯선 이들에게 알려주지만 않는다면.
헬퍼23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어, 자기 부모님한테도.
그리고 소포보낼 준비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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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야기를 멈추고 아들에게 물었어요.
- 어때, 좋은 생각인거같니?
- 아뇨!
아이는 힘차게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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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비도 그랬어. 콜비는 집주소를 알려준게 찝찝했지. 시간이 갈수록 찝찝함은 점점 커졌어.
다음날 밤 잠들때쯤 되니까, 그 찝찝함과 걱정으로 가득 차버린거야.
그래서 부모님께 사실을 말씀드리기로 했어.
혼나기야 하겠지만 양심의 가책은 덜 수 있잖아.
콜비는 침대에서 꼼지락대며 부모님이 이불을 덮어주러 오시길 기다리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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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무서운 부분이 시작될거란걸 눈치채고 있었어요.
아닌척 말했지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몸을 앞으로 기대고 있었거든요.
제가 의도적으로 조용하게 말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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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비는 집에서 나는 소리들을 듣고 있었어.
세탁기에서 빨래가 돌아가는 소리,
나뭇가지가 벽돌을 긁는 소리,
아직 어린 남동생이 아기 방에서 옹알이를 하는 소리까지.
그런데 어떤 소리가 들리는데...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더래.
마침내 아빠의 발자국 소리가 복도를 울리는게 둘려왔지.
"아빠?"
콜비가 초조하게 아빠를 불렀어.
"저.. 말씀드릴게 있어요."
아빠가 이상한 각도로 방문에 머리를 대고 있었어
어두워서 그런지 입은 움직이는 거 같지 않았고 눈도 좀 이상했대.
"그래, 뭔데?"
아빠 목소리도 좀 이상했어.
"아빠, 괜찮아요?"
"어-허"
콜비가 물었지만 아빠 목소리는 이상하게 가장된 목소리로 대답했어.
콜비는 방어적으로 이불을 끌어 올리며 물었지.
"어.. 엄마도 있어요?"
"나 여깄어!"
엄마의 머리가 아빠 밑으로 불쑥 튀어나왔어.
엄마 목소리도 이상한 가성같았어.
"헬퍼23에게 우리집 주소 알려준걸 얘기하려던 참이었지?
그러지 말았어야지!
인터넷에서 개인정보 함부로 주지 말라고 했잖아!"
콜비의 엄마는 계속해서 말했어.
"헬퍼23은 어린애가 아니었단말야. 그런 척 한거지.
그놈이 무슨 짓을 했는줄 아니?
우리집에 침입해서는 우리 둘을 죽였다고!
그리고 너랑 놀려고!"
젖은 외투를 입은 뚱뚱한 남자가 잘린 머리 두개를 들고 서있었어.
콜비는 날카롭게 비명을 질러댔어.
그 남자가 머리를 바닥에 떨어뜨리고는, 칼을 뽑아들고 방안에 들어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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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도 소리지르기 시작했어요.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말이죠.
하지만 이야기는 이제 시작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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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시간이 지난뒤, 콜비는 죽어가고 있었어.
비명소리도 꺼져가고 있었지.
그 살인자는 다른 방에서 들리는 아기 울음소리를 알아채고 말았어.
그리고 콜비에게 꽂혀있던 칼을 뽑았지.
특별한걸? 한번도 아기를 죽여본 적이 없어서 기대하고 있었어.
헬퍼23은 콜비가 죽게 내버려두고 아이 울음소리가 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지.
아기 방에 있는 요람으로 가서는 아기를 꺼내 팔에 안았어.
아기를 자세히 보려고 테이블 쪽으로 몸을 향했지.
그런데 그가 아기를 안아들어서 아기 울음이 잦아든거야.
그 아기는 올려다보며 빙그레 웃더래.
헬퍼23은 아기를 안아본 적이 없었지만,
능숙하게 아이를 품속에서 흔들어줬어.
아기의 볼을 톡 치려고, 피가 흐르는 손을 담요에 닦았지.
"안녕, 귀여운 아가야"
새디즘의 분노가 좀 더 따뜻하고 부드러운 무언가의 속으로 녹아들었어.
그는 아기를 데리고 아기방을 나왔어.
집으로 데려가서는 윌리엄이란 이름을 지어주고 자기 아이처럼 키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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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끝내자 제 아들이 눈에 띄게 동요하는게 보였어요.
짧은 숨을 고르지 못하게 쉬면서 말을 막 더듬더라구요.
- 아빠... 내 이름이 ...윌리엄이잖아요...
전 아빠들이 으레 하는 윙크를 날리며 아들의 머리를 헝클어뜨렸죠.
- 그럼, 당연하지, 아들아.
윌리엄은 울면서 방으로 뛰어올라갔어요.
하지만 내심 이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던거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