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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께 들은 첫번째 이야기임.

     

    시골에 한 아저씨가 계셨음.

    평소에는 사람도 착하고, 일도 부지런하게 잘하는데 이아저씨가 술만먹으면

    성격이 포악해지는 아저씨였음.



    지나가는 사람한테 시비도 걸고, 마누라한테 소리도 지르고. 걍 술만 먹으면 개가되는거임



    이아저씨가 한날 일이 일찍끝나서 동료들이랑 술을 먹고 마을로 오는데

    읍내에서 마을로 돌아오는 입구에 왠 여자가 서있더라는거임

    그냥 서있는것도 아니고 춤을 추면서. 노래부르듯 흥얼거리면서 말임

    누더기같은 옷을 입고 팔을 휘적휘적 하는데 뼈가 없는 것 처럼 흐느적 거리는 춤을 췄다고 함.

     

     

     



    집에 가려면 꼼짝없이 그 여자를 지나가야하는데 아저씨가 그 여자 근처에 다가갈 수록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렸다고 함

    분명히 아저씨가 멀리있었을때는 흥얼거리는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소리지르듯이 말했다고 함.



    "아이고!!! 아이고 신난다!! 신난다!!"

    이런식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여자가 밤에 춤추는것 같아서 아저씨가 여자를 팍 밀치면서

    "왠 정신나간 여자가 다있노. 헤까닥 했으면 집에 들어가 쳐 잘것이지."

    대강 이런 뉘앙스로 말하고 집으로 가려는데 그여자가 갑자기 춤추던걸 멈추고 아저씨를 똑바로 보면서



    "아재요,아재. 아재 집에 가면 뭐하겠노. 곧 나올낀데. 이제 가야 안 되겠나?"

    이렇게 말하더니 박수를 치면서 깔깔거리고 웃었다고 함



    기분 나빠진 아저씨가 그 자리에서 그여자한테 욕을 막 해대도 그여자는 박수만 치면서

    "이제 곧 갈낀데. 곧 갈낀데!!"

    라면서 계속해서 깔깔웃었다고 함



    아무리 말을 해도 못알아들으니 아저씨는 그냥 집에 갔음. 집에 와서 미친 여자 만난 얘기를 자기 아내한테 해줬고

    아줌마는 재수 옴붙었네요, 이런식으로 그냥 대꾸만 해주고 아저씨 잠자리를 봐 드리고 같이 잠 들었다고 함


     

     

     


    다음날 아침에 일어난 아줌마가 남편이 일 나갈 시간 됐는데도 누워있어서 깨우러 갔더니

    아저씨는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후였다고....



    그 여자가 귀신인지, 아니면 진짜 사람인지는 몰라도

    기분 나쁜 여자인건 틀림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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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께 들은 두번째 이야기_구미호







    시골에 농협창고라고 커다란 창고가 있음. 벽은 노란색이고, 지붕은 초록색인 낡은 창고인데

    그 주변에 집이 몇채 있음.

    그 중에 우리집이랑 교류가 있던 집이 있는데 그 집을 창고집이라고 부르겠음



    창고집은 조금 가난한 집이었음

    찢어지게 가난한건 아니고 그냥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사는 정도

    그런 창고집의 살림이 조금씩 펴갈때쯤 마을에 이상한 소문이 돌았음



    그저께 죽은 김씨 할아버지네 무덤이 파헤쳐져있다던가,

    마을 어귀에서 자꾸 여우 소리가 들린다던가

    하여튼 소름끼치고 기분나쁜 소문이 자주 들림.

    그래도 창고집은 마을에서 조금 안쪽에 있고, 또 산이랑도 멀어서 별 관심을 안가졌다고 함



    그런 소문이 두어달 갔을때 쯤일까,

    한 날 밤에 창고 할머니가 소변이 엄청 마려웠다고 함

    근데 옛날 시골집은 아무래도 화장실이 밖에 있으니까 조금 무서움

    어른이라고 하지만 무섭기도 하고 느낌도 쎄해서 창고 할매가 좀 망설였다고 함.

    문을 열면 손주들 쓰라고 놔둔 요강이 있는데 그걸 쓸까 하고 고민하던 차에

    문에 그림자가 비쳤다고 함

     

     

     



    옛날 시골 초가집은 보통 창호지를 쓰니까

    그 불투명한 창살 사이로 그림자가 설렁설렁 보임

    그림자 형태로 봐선 여잔데 묘했다고 함



    한복 사이로 보이는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정체를 알수 없는(그림자로 보니까)물체가 살랑살랑 움직이고

    그 넓지 않은 마당을 사박사박 걸어다니는 발소리 하며,

    그림자로도 느껴지는 교태 하며...



    할머니가 한참을 그림자를 보고 있는데

    그 그림자가 말을 하더라고 함



    "할머니, 할머니. 저예요. 문좀 열어주세요."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가 뭔지 알것 같더라고, 할매가 말씀해주셨음.

    그만큼 엄청 예쁜 목소리로 할머니를 간드러지게 부르는데

    무심결에 문고리를 잡고 열려고 했음



    근데 눈을 감고 자던 창고 할배가


    "XX(창고할매 이름)아, 니 그 열면 죽는디. 니 죽는디. 열지 말그라."


    라고 말해서 할머니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방에 있던 수저로 문고리를 콱 잠궜음

    다행히도 그림자는 방안으로 못들어오는건지

    신발을 올려두는 돌 위에 올라와서 할머니를 계속 부르면서 대청마루를 긁었다고 함


     

     

     

     


    그 야밤에, 달빛으로 그림자가 뭘 하는지 보는데

    마루를 득득 듥으면서

    "할머니~ 문열어주세요. 밖은 너무 추워요. 할머니, 문열어주세요"

    이러는데 할머니가 너무 무서워서 문고리만 잡은채 달달 떨었다고 함



    그렇게 떨고있는데

    새벽 첫닭이 울자마자

    그 여자가 찢어지는 비명소리를,



    "꺄악!!"

    하고 내더니



    마루에서 떨어져서 공중제비같은걸 두어번 돌았다고 함

    그리고 여우 우는 소리, 실제로 들으면 소름끼치는

    그 깨갱 하는 소리를 내고는 담넘어로 훌쩍 사라졌다고 함



    아침이 된걸 깨달은 할머니가 문을 살짝 열고 보니까

    마루는 짐승 손톱 자국이 가득했고

    좁은 마당에는 여자가 쓸고 지나간 길이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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