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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50년 전, 당시 동네에 A라고 하는 아가씨가 있었는데 특별한 구석이 없는 평범한 아가씨였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더운 여름 밤.
자정을 넘긴 시각에 방에서 잠을 자던 A씨는 한밤중에 갑자기 일어나 맨발에 잠옷차림으로 어딘가로 달려갔는데 그 소리에 놀란 A의 부모님이 깨어나서 A를 쫓아갔는데 어찌나 빨리 달려가는지 간신히 뒷모습만 따라갈 뿐, 전혀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A가 달려가는 방향은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고개 위의 공동묘지.
이 공동묘지는 제가 어릴 때도 존재했으나 몇 해 전에 모두 이장하고 지금은 시에서 사업을벌여 정비가 되어 일반적인 관광마을이 되어있습니다
걸어 올라가기에도 꽤 가파른 그 길을 맨발로 달려 올라간 A가 어느 순간 시야에서 사라졌는데 A씨의 부모님은 달빛에 의지해 공동묘지 여기저기를 뒤지고 다니셨고 소란에 놀란 동네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쫓아오셨습니다.
그리고 A씨를 발견했을 때는
A씨는 후미진 곳에 위치한 어느 무담 앞을 손으로 미친 듯이 파헤치고 있었는데 A씨의 부모가 달려들어서 막으려는 순간, A가 파헤친 땅에서 하나의 방울이 나왔습니다.
무덤에 묻혀있었던 까닭에 오래되어 보이는 방울말입니다.
방울을 꺼낸 A씨는 만족한 얼굴로 방울을 손에 쥐고 바로 기절했다고 합니다.
그 후. A는 신내림을 받게 됩니다.
A씨가 파헤친 그 무덤은 연고도 없고 이젠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진 무당의 무덤이었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무당의 귀신이 데려갔다고도 하고 신이 불렀다고도 하는데 정확히 아는 사람은 당시 주변에는 없었습니다.
어쨌거나 A씨는 그렇게 무당이 되었고 상당히 "영험한"능력을 갖추게 되었는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게 아니라
그렇게 A가 신내림을 받은 몇달 동안 다른 인생을 시작하고 있었는데
어떤 여자가 무서운 얼굴을 하고 A를 찾아왔습니다. 그 여자를 마주한 순간 A 역시 살기어린 눈으로 상대방을 마주보았다고 합니다.
당시 곁에 있던 A의 가족은 그 여자를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라 하였고 점을 보러 왔던 사람들도 흉흉한 분위기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한참을 서로 노려보다가, A를 찾아온 여자가 입에서 거품을 흘리며 그대로 쓰러져 기절했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놀라서 다가가려는데 A씨가 쓰러진 여자의 허리춤을 뒤지더니 빨갛고 파란 천으로 만들어진 주머니 하나를 꺼냈는데 그 안에 들어있는 건 매우 오래 된 엽전이었습니다.
A씨는 아무렇지 않게 그 주머니를 자신의 허리에 찼고 잠시 후, 여자가 깨어났을 때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전혀 기억을 못했습니다.
여자의 집은 꽤 먼 곳에 있었고 자신이 왜 여기 왔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그 여자 역시 같은 무덤에서 그 엽전을 가져갔다고 했습니다.
" 한 명의 무당이 남긴 두 가지 물건을 두 사람이 차지하고 남은 하나를 차지해서 온전한 한 쌍을 만들기 위해 싸운게 아닐까? "
연세가 있으셨던 어른들은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이윽고 엽전을 빼앗긴 여자는 별 표정도 없이 집으로 돌아갔고 엽전까지 얻은 A는 그 후로 더 영험해졌다고 하는데 이제 고령의 할머니이신 A씨는 이제는 태백산 근처에 살고 있으면서 수시로 산에 올라가 기도를 드리고 영험한 무당으로 꽤 이름이 알려졌습니다.
그때 동네에 사시던 어른들 중에 이 사건을 모르는 분이 안계시다고 합니다. 특히 당시에 횃불을 들고 공동묘지까지 달려갔다는 몇몇 어른들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오싹 하다고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