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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내외의 애니메이션 하나를 주구장창 틀어 놓으니 점점 지루해지기 시작했고 저는 결국 잠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느 순간 문득 눈이 떠졌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불이 꺼졌는지 온통 어두웠고 영상을 켜놓은 모니터도 꺼진 채였습니다.
그런데 꺼진 모니터의 스피커에서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무언가가 빠르게 다가오는 소리가.
그 소리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분명 멀리서 뛰어오는 것 마냥 소리가 점점 커지는데 이상하게도 발걸음 소리라기엔 조금 가벼운 느낌이었습니다.
겁이 났던 저는 녹음실 문을 벌컥 열었습니다.
문을 열자 그 곳에는 제가 작업하는 애니메이션의 출연 성우가 있었습니다.
성우의 안색이 무척 안좋았지만 일단 저는 안심했습니다.
당신이었습니까? 발걸음 소리가 이상하게 스피커에서 난다 싶었는데... 피곤해서 헛소리를 들은 모양입니다. 무서웠는데 다행이네요.
라고 하자 성우가 아무 말 없이 의자에 있는 제 짐을 챙기더군요.
왜그러냐고 묻자 성우는 빨리 이 곳을 나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성우의 표정이 너무나도 안좋았기에 군말없이 따랐습니다.
건물을 나와서야 제대로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성우는 놓고간 물건을 찾으러 스튜디오를 찾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하는 얘기가
'무서울 정도로 환하게 웃고 있는 여자가 물구나무 선 채로 당신이 있는 녹음실로 뛰어들어갔습니다'
라고... 저는 그 이후로 혼자 녹음실에 남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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