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강아지 할미가 도깨비 애기 해줄까??" "도깨비?? 그거 무서운 이야기야 할머니?" "아니야 왜 할미가 우리 강아지 무서워하게 무사운 애기를 해 신기하고 재미있단다" 라고 하시며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할머니가 결혼하시기 전이니까 말씀으로는 마을 이장이 나라를 되찾았다고 뛰어다니던 그 해 겨울이라고 하신걸로 봐선 45년 겨울일 겁니다. 어느날 할머니의 부모님 즉 증조부와 증조모께서 싸우시기에 할머니께서 무슨일인가 싶어 보니, 집에서 사용하던 싸리빗자루를 버리네 마네 하시며 싸우시더랍니다. 증조부께서는 싸리나무 몇 개 꺽어오면 더 사용할 수 있으니 버리지 말자는 쪽이셨고 증조모께서는 20년 넘께 사용했으니 도깨비가 무슨 장난을 할지 모르니 불태워 버려야 한다고 하셨다는데, 증조부께서는 요즘 세상에..
3층은 계단에서 오른쪽으로 두 집이 나란히 위치했다. 그중 왼쪽이 해옥의 집이었다. 현 관문 상단에는 유성 매직으로 휘갈겨 쓴 301이라는 숫 자가 적혀 있었다. 집으로 향하던 해옥은 전단지와 우편물들이 계단을 세 칸이나 차지한 것을 보고 못 참겠다는 듯 한숨을 쉬었 다. 한쪽 발로 전단지를 밀어내고 자신의 집을 지나 4층까지 성큼성큼 계단을 올랐다. 4층은 전체가 건물 주인의 집이었다. 초인종을 누르고 해옥은 팔짱을 꼈다. 가래 끓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뉘쇼? 이 시간에.” “301호예요.” 찰칵, 자물쇠 풀리는 소리가 났다. 문이 열리고 앞머리가 훤한 50대 초반의 남자가 문틈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이 아가씨가 시간이 몇 신데. 날 밝을 때 놔두고 왜 매 번 이러는지 몰라.” “날 밝을 땐 ..
중학교에 들어가 자아가 형성될 때 즈음에는 그러한 가정환경 때문일까, 거짓말을 일삼고 핑계가 늘고 매사에 부정적이고 툴툴대는 성격이 되어있었다. 당시엔 이집저집 다니며 참외를 서리한다던가, 닭을 훔쳐먹는 일이 흔하고 다들 제 집 자식같다보니 심하지만 않으면 눈감아 넘기는 일이 흔했는데 한번은 서리가 과해 걸려서 그 논밭 아저씨에게 혼쭐이 났단다. 모두 그 아저씨에게 죄송하다 빌며 엎드려뻗쳐 있는데 그 친구 한놈만 억울하다며 빽빽 그 아재와 맞서 싸웠다. 그러고도 분이 안 풀렸는가 밤사이에 그 집 참외를 아작을 내놔 범인을 찾겠다는 아저씨를 비웃으며 그 이야기로 한참을 낄낄 거리더란다. 그 후, 멀쩡히 공부를 하던 지인과 그 무리는 그를 점점 멀리 하기 시작했고, 지인이 대학을 다니고 그 동네가 사라질 때..
버스 터미널 입구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목적지까지 향하는데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일요일 새벽 2시쯤의 번화가였는데 왜 그렇게 차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굉장히 조용하다는 생각을 하며 남자친구의 어깨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몇 분을 달리다가 드디어 남자친구의 집에 도착했다는 말이 들렸다. 카드를 꺼내 결제를 하고, 하차 문쪽에 가까이 앉아 있던 내가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당겼는데 왜인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혹시 잠겼나 싶어서 확인을 해봤지만 잠금장치가 작동되지 않은 상태였다. 몇 번 손잡이를 당겼지만 여전히 열리지 않자 옆에 있던 남자친구가 문 여는 걸 거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 그 문은 안에서 안 열려요." 순간적으로 둘 다 멈칫, 하며 앞을 쳐다보자 창문을 스르륵 내려주는 택시 기사. 내가..